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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도 열정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아요, Moka 이홍매

  • 컬처플 /
  • 날짜 2018.07.05 /
  • 조회수 2,140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모카 Moka 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이홍매입니다. 
모카는 제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이름인데 보고싶어서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고 의상디자인과 졸업하고 작년까지 파티플래너로 일하다가 현재는 직장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 등록하신 작품 중 애정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면?
[대나무 숲] 은 인어 시리즈 중 맨 마지막에 그린 그림이에요. 
인어의 발이 물에 닿아서 지느러미로 변했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손잡고 즐겁게 함께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물거품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두 다리를 가진 인간으로 변해야 했던 인어공주가 가여워보여서 있는 그대로의 인어를 사랑해주는 남자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렸어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인 척 할 때보다 그 사람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될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잖아요. 

• 평소 작품 활동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아이디어 생각날 때마다 그 때 그 때 메모해두는 편이에요. 
폰을 들고 있으면 에버노트에, 폰이 없으면 주위에 손에 잡히는 종이나 노트에 적어놔요. 
아이디어도 열정도 시간적 유효 기간을 갖고 있어서, 금방 생각났을 때 그리고 무색해지기 전에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해요. 
그리는 속도가 아이디어를 못 따라가서 폐기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지만요.

•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가요? Moka님만의 디자인 영감 비법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소설, 뮤지컬, 만화부터 여러가지 전시까지 다양하게 무언가를 보는 편이에요. 
특히 뮤지컬 가사 같은 걸 좋아해요. 
극적이고 과장된 대사들이 아름답지 않나요? 마치 중세 시대의 화려한 장식같아요.

<런던과는 다른 이 곳, 아름다운 나의 고향 땅, 이 그늘 속에서 난 시들어가며 시간을 견딜 뿐.>
-뮤지컬 드라큘라 중에서.

• Moka님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 혹은 창작물이란 어떤 건가요?
보는 이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품. 
용기, 위로, 공감, 기쁨, 슬픔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슬픈 영화도 사람들은 "재밌다"고 표현하니까 감정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흡입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아티스트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시나 문장, 가사를 영감으로 하여 자유롭게 작품을 제출하는 형식도 재미있을것 같아요. 
같은 글귀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니까 다양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다시 직업을 선택해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네. 저는 하고 싶은 직업을 여러가지 해보고 결국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게 그림이라고 판단해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라 건강만 따라준다면 그림에 평생 정착하고 싶어요.

•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때는 언제이고,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손이 머릿 속의 상상력을 따라오지 못할 때 가장 힘들죠. 
그냥 꾸준히 그리는 수 밖에요. 
그리다 보면 실력이 늘겠죠. 
졸업하고 몇 년 동안 그림을 놓다보니까 제 실력이 줄었다는 걸 인정하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거기서 시작해서 발전할 수 있는데 내가 나를 부정해야 하니까 정말 자존심 상했던 거죠. 
그 싸움을 마치면 열심히 그리는 일만 남으니까 제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 Moka님도 좋은 영감을 받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있나요?
버버리 프로섬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 모든 쇼를 반복해서 볼 정도로 좋아해요. 
또 천계영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구요. 제 롤 모델이에요. 
강은영님 그림도 정말 좋아해서 작품들 다 소장하고 있어요. 
모두가 웹툰을 그리는 시대에 꿋꿋이 출판형 만화를 그리고 계신 유사님, 작품이 흡입력 있어서 카카오페이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있는데, 존경합니다. 
그라폴리오에 연재중인 장하나, 정효천, 집시님 일러스트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그리고 가수 김준수씨. 역경을 뚫고 일어난 사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요.

• 요즘 시대를 살면서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나이에 대한 제한적인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당당히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도록.

• 최종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뢰받는 형식이 아닌 제 작품 자체가 가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웹툰이면 웹툰 작품 자체가 창작물이고 작가 자신의 세계잖아요. 

그리고 어느 한 곳에 집을 정해놓고 여러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그림도 그리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유학이 되든, 그 곳에서 일을 하든 한 곳에 1-2년씩 머물면서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막상 새로운 곳에 가면 살림이 필요하다던가, 폰, 인터넷 같은 필수적인 것들을 다시 만드느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단, 언제나 돌아올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는 거. 
돌아올 곳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여행하는 사람"과 "떠돌이"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금 길을 가고 있는 저에게 "내가 그래도 제대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줬어요. 

혼자 길을 가다보면 "이 길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80%를 할 때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하죠. 
계속 믿고 나머지 20%를 완성할 때 그 80%의 보상이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같은 거리라도 모르는 길이 더 멀게 느껴지듯이 80%의 분량을 채우고 있을 때가 가장 길고 외로운 시간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가야 하는지, 원하는 게 앞에 있기는 한 건지를 모를 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 길이 맞아. 좀 더 가면 앞에 오아시스가 펼쳐질거야." 라고 한다면 또 다시 정신 차리고 힘내서 열심히 앞을 보고 걸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당 인터뷰 내용은 디자인레이스의 허락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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