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가면의 익명성으로 용감한 나를 발견하다, 도로앤키미 김미현

  • 컬처플 /
  • 날짜 2018.07.05 /
  • 조회수 2,218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작가님 본인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술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금속"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고 "금속을 다루면 모든 소재들은 쉽게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금속이라는 소재에 대한 단순한 흥미를 계기로 주얼리 디자인이라는 분야와 깊게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졸업 후 디자이너로 재직하던 중 항상 갈망하던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밀라노 IED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더욱 심도있게 배우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주얼리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열정을 재는 도구 "시계"라는 분야의 디자인에도 눈을 뜨게 되었죠. 
'틀'을 통해 아름다운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안경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됐고. 이렇게 넓어진 시야는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데에 있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관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디자인에 매진하면 제작은 모두 외주를 주기 마련인데 원본 제작 만큼은 반드시 직접하기를 고수해요.
특히 디자이너의 손맛과 3D프린터를 모두 활용하여 최상의 조형미를 만들어내길 추구하는데, 이것은 디자이너이면서 원본 제작자이기도 한 확고한 저만의 스타일을 표현해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제품을 처음 접하고 "팬텀오브오페라"가 떠올랐었어요. 특별히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하고 염두에 둔 대상이 있을까요?
비즈니스 주얼리라고 하는 부토니에, 커프스 등 슈트에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을 가꾸기로 소문난 그루밍족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들만 할 수 있는 주얼리는 아니에요. 
패션에서는 여성만을 위한, 또는 남성만을 위한 디자인을 구분짓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요. 
부토니에를 찾는 여성 고객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켓을 착용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도로앤키미" 작품은 소재도 멋지지만, 모티브가 특히 눈에 띄어요. 작가님이 제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가면 모티브엔 이러한 메시지가 있어요. 
어린 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들에게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용감하게 살아남아 달라"는. 

저 또한 매우 어리고 유아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겁을 내고 있어서 작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죠. 
가면의 익명성으로 용감한 나를 발견하듯, 
가면 주얼리를 착용하는 이들은 모두 용기있게, 그리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일들이 다 잘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에요.

• 정말 용기와 자신감을 나눠주는 토템같은 느낌도 드네요. 작가님이 특별히 이러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밀라노 IED 주얼리 디자인 과정을 이수하던 중 떠난 여행지인 베네치아의 가면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가면 주얼리를 탄생시키게 되었어요.

가면 축제의 자유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기억하며 그린 일러스트 그림과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2008년부터 혼자서 그리고 가지고 놀며 그렇게 몇 년을 저의 스케치북 속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IED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도 무보수로 일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고 그것을 수용할 수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작품 활동보다는 멀티샵을 운영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때였죠. 
IED 재학 중 유명주얼리 회사의 수석디자이너이던 선배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보여주었던 디자인을 가로채 2013년에 상품화한 것을 보고 나의 디자인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만들게 되었고 "나"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작가님만의 디자인 영감 비법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저는 항상 "형상은 의미를 갖고 그 형상은 힘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의 단어에 많이 집중하는데요. 
그렇게 선택된 단어들은 핵심 단어와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논리라는 퍼즐조각을 잘 맞추면서 컨셉을 완성해요. 
만들어낸 단어들에게 이미지가 없다면 그것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말에 불과하겠죠. 
핵심은 어떻게 이미지화하고 그 형상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니까요. 

저의 경우엔 무의식의 바다에 제가 고른 주제를 던져넣어요. 
마구마구 던지듯.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수많은 것들 중 내가 찾는 뭔가를 골라내는 작업이기도 해요. 
처음에 나오는 러프스케치는 남들도 흔히 생각하는 일차원적인 디자인이 많이 나오죠. 
무참히 버려요. 
버리고 또 버리다가 머릿 속에서 찰나에 어느 형상이 떠오르면 그것을 빠르게 스케치하여 옮겨내요. 

짧게는 3주 미만 길게는 6개월이 걸리기도 하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디자인들 중에는 극찬을 받은 작품들이 많아요. 
앞서 설명한 선배가 가로챈 디자인 또한 학과 수업 중 10분 만에 그려낸 디자인이에요.

• 작품 활동 외 개인적으로 즐기는 취미도 있으세요?
평소에 좋아하는 소재인 달이나 별 등 영감을 받은 풍경들을 일러스트로 그리기를 좋아해요. 
항상 모든 것들이 연장선 상에 있다는 생각으로 영감을 받은 대상을 캐릭터로 그리기도 하며 풍경으로 그려 간직하기도 하죠. 
하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배어나오는 것은 왜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2013년 부터 클랙식 음악을 즐겨 듣게 되었는데, 수많은 거장들이 어떠한 감정과 생각을 선율로 표현하였는가에 집중하여 듣다보면 들리는 것이 보이는 것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감각들을 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 평소에 좋은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저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Madeleine vionnet 요. 
재단사로서 차가운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을 하며 보내며 목각인형과 천, 가위로 원단의 성격을 파악하고 연구하여 최상의 입체적인 패턴을 구사한 그녀. 
그녀의 작업실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은 창작을 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행복한 시간들이었겠죠. 
저에게 남은 많은 시간들을 그녀처럼 쓰고 싶은 바람이에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당 인터뷰 내용은 디자인레이스의 허락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SNS Share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