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 지역서울
- 장소갤러리그라프
- 현재현황D-22 [진행중]
- 기간2025-07-04 ~ 2025-08-02
- 홈페이지 http://ggrappe.co.kr/bbs/board.php?bo_table=UPCOMING&wr_id=6
Contest outline

Echoic Trace
갤러리그라프는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장현호, 최명원, 한준호 세 작가와 함께 《Echoic Trace》 전시를 선보인다. 우리는 자연을 자주 마주하지만 그 안에 머무르는 일은 드물다. 《Echoic Trace》는 그런 무심한 통과를 잠시 멈춰 세우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을 따라가며 하늘, 나무, 빛, 바람처럼 익숙한 자연의 요소들을 다시 바라보고 그것이 남기는 흔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자연을 마주하며 귀 기울이는 순간, 그 소리는 우리에게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경험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감각적 흔적들은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무른다. 우리가 그 흔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 마 치 고요한 물속에 던져진 돌이 물결을 일으키듯, 자연의 소리들은 우리의 내면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며, 그 속에서 우리의 감정, 기억, 생각들을 자극한다. 장현호, 최명원, 한준호는 각기 다른 시각과 접근법으로 자연과 그 흔적들을 탐구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도록 한다. 세 작가의 작업에는 공통적으로 오래 바라본 감각이 남긴 밀도가 있다. 회화 속 자연은 재현된 장면이라기보다 감정이 머무른 흔적에 가깝다.
장현호 작업은 과거와 미래 사이, 인식될 듯 말 듯 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순간들을 먹과 호분이라는 제한된 재료로 나무와 꽃을 그리면서 오히려 더 다양한 시간의 밀도를 만들어낸다. 특히 종이 위에 반복적으로 스며든 담묵의 번짐과 그 위에 수차례 올린 호분과 세필의 겹으로 시각적 밀도 속에 시간의 층을 새긴다. 이를 통해 정적인 장면처럼 보이지만 보는 이마다 전혀 다른 시간대를 느끼게 된다. 작가는 나무의 시간, 자신의 시간, 그리고 관람자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작품 안에 담아낸다. 그 차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작가의 태도다. 작가에게 나무는 단지 자연의 상징이 아닌 순간을 환기하는 매개체이다. 이에 작가의 작업 속 나무는 색을 배제한 흑백의 조형 언어를 사용한다. 작가는 먹의 다양한 농담과 호분의 백색이 중첩되는 방식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시간대를 상상하게 한다. 작가가 경험한 시간과 감상자가 상상하는 시간이 서로 교차하고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하며 작품은 단일한 정답이 아닌 다층적 시간의 틈을 지니게 된다. 장현호는 우리가 놓치고 지나치는 순간들 속에서 ‘지속적인 현재’를 구성한다. 작가의 작업은 찰나의 감각을 붙잡는 하나의 기록이 되며 그것은 곧 관람자 스스로의 시간과 감각을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최명원은 하늘을 바라본다. 작가가 말하는 ‘하늘’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시간과 감정, 생명의 흐름이 겹쳐진 감각적 공간이다. 하늘은 고정된 색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 날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 속에서 삶의 리듬과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에 작가는 하늘을 표현하는 색으로 묵색을 선택하여 하늘의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오색을 머금고 있고 만물의 색이라고 일컬어지는 ‘묵색’을 하늘의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으로 말하며 하늘의 변화와 생명력을 담아낸다. 작가의 작업 속 하늘은 흑백의 대비 안에서 오히려 더 많은 색을 상상하게 한다. 화면 속 ‘빛’은 안료가 아닌 한지의 여백을 그대로 남기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하늘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삶의 본질을 되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늘은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 존재로 하늘을 바라보는 이 행위는, 곧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최명원 작가의 하늘은 우리로 하여금 멈추어 바라보게 하고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과 감정, 생명을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한준호는 도심 속 자연을 바라본다.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흐름을 섬세한 선(線)과 화면 구성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업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닌, 자연을 응시하는 행위를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하는 내면적 탐구이기도 하다. 한준호의 작품은 오일파스텔과 스크래치 기법을 결합해 독특한 시각 언어를 만들어낸다.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은 색을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반복과 생명, 기억의 흐름을 조형화하며 ‘선(線)’은 작업에서 감정과 시간의 축적을 의미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작가는 하나의 선을 긋는 행위 속에 자연의 리듬과 생명의 순환을 담는다. 특히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박자 위에 반복과 조화를 강조하며 형태를 단순화하고 재료의 효율성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조각가 로댕이 발자크의 외형이 아닌 정신과 창조력을 형상화하고자 했던 태도와도 통한다. "나는 그의 열정적인 노력과 삶의 고통, 끊임없는 투쟁, 위대한 용기를 생각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할 것이다." 한준호 작가 역시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의 층위를 화면 위에 차분히 새겨 넣는다.
전시 《Echoic Trace》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순간들이 어떻게 마음속에 머물며 감정과 기억을 형성하는지를 되짚는다. 그 흔적들이 단지 스쳐 지나간 장면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들고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장현호, 최명원, 한준호 세 명의 작가 작업을 통해 잊고 지낸 순간을 다시 떠올리고, 그 기억이 자신의 내면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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